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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향

'관시'로 얽힌 중국의 사업가들과 정치인의 관계

안녕하세요, 양한수입니다.

지난 번에 중국의 '관시' 문화를 고대 로마의 '클리엔텔라'와 비교하여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늘날 중국에서 사업가들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관시'를 형성하고 지속하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중국의 수천년 역사 속에서 중국의 상업도 마찬가지로 오래 이어져왔습니다. 이 기나긴 시간 동안에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상인들도 있었는데, 이런 유명한 사업가들에게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시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반공식적으로 맺고 있었다는 겁니다. 즉, 중국에서 사업가가 마윈이나 마화텅처럼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크게 성장하려면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쥔 정부 관료들과 관시를 맺어야만 합니다. 저는 대표적으로 두 사람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시황제를 쥐고 흔들었던 거상 '여불위'와 청나라 말기 대표적인 상인이었던 '호설암'입니다.

여불위는 진시황제가 아직 어릴 적에 강대국이었던 진나라의 재상인 '상국'으로서 진나라를 다스린 인물입니다. 저는 그가 성공한 사업가가 유능한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우리나라에서도 몇 명의 성공한 사업가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지요. 그는 진나라 왕의 후계자 구도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할 정도로 정치적인 감각도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전근대 사회에서 거대한 부를 가진 자들은 대부분 왕이나 왕족 그리고 귀족들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부를 얻고자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중국의 선진 시대, 즉 전국 시대에 등장하는 '유세객'들이 바로 그들이었지요. 여불위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진나라 왕의 후계자 쟁탈전에 적극 개입하여 결국 자신이 후원하는 사람을 왕으로 즉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재상으로서 왕국이 가진 거대한 재화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사람은 '호설암'입니다. 호설암은 청나라 말기에 활동했던 대상인으로써 오늘날 한국으로 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 정도로 유명했던 사람입니다. 이때쯤 되면 정부나 귀족이 가진 막대한 부가 일반 상인들에게 이전되고 반대로 정부가 막대한 통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의존하는 관계로 바뀝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설암이 독점 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좌종당'이라는 유명한 관리를 후원하면서 그를 이용하여 갖은 이권을 챙깁니다. 좌종당 본인 또한 지방의 고위 관리로써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얻기 위해 호설암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상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권력의 보호를 받거나 정부로부터 이권을 얻기 위해 정부 관료들과 관시를 맺습니다. 정부 측에서도 이를 잘 알면서 그들로부터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전형적인 '관시'에 속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중국 공산당이 세포 조직인 '당조'를 민간 기업에도 설립하여 관리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공산당이 각종 경제 정책을 시행할 때 민간 기업들을 제어하여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정부 관료들과 사업가들의 관계를 알고 자신 나름대로 긍정적인 관계로 만들어 통제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