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화약고가 되었다. 중국은 대만을 반드시 통일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막아주는 대만을 절대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선뜻 전쟁을 진정으로 일으킬 의도는 없어 보인다. 먼저 중국은 주일미군, 일본 해상자위대 및 괌 등 서태평양에 배치된 미군과 동맹국의 군사력과 맞먹을 정도의 군사력을 지금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분야에서 정치적 안정에 영향을 끼치는 취업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내정을 다질 시간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전쟁 발발 시 기존에 배치된 군사력들을 제 때 전쟁터에 수송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가급적 일본 해상자위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필요시 주한미군도 동원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한계는 대만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신경써야 할 전선(戰線)이 많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도 마약,여성 문제 등 국내정치 이슈가 심각해서 내정을 정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와 중국 모두 단호하게 전쟁을 벌일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두 강대국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자는 역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대만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 내지 완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례는 바로 고대 아르메니아 왕국이다. 고대 로마 제국과 파르티아 사이에 아르메니아 왕국이 있었다. (아래 그림 참조)
네로 황제가 재위했을 때, 아르메니아 왕국의 왕위계승문제가 두 제국 사이에 이슈가 되었다. 당시 왕위는 파르티아 왕족이 차지했다. 두 제국이 외교 및 군사적으로 서로를 이기려면 아르메니아를 차지해야만 했다. 이런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 제국의 시리아 총독 코르불로가 네로 황제의 허가를 받아 움직였다.
1. 그는 먼저 파르티아와 국지전을 벌여 외교적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2. 로마제국은 파르티아 왕족 출신 아르메니아 왕의 왕위를 인정하는 대신에 수도 로마에 와서 대관식을 치르도록 했다.
그 결과, 로마 제국은 아르메니아 왕국을 친로마 세력으로 만들었다. 파르티아도 자국 출신 왕족이 왕으로 인정받은 점에 만족했다. 아르메니아 왕이 파르티아 황제의 황제위 경쟁자였기 때문에 멀리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었다. 게다가 국내 호족 세력들을 제어할 시간도 벌었다. 결국 외교적으로 세 나라가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었다.
아르메니아 사례는 두 강대국이 서로 간에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외교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 사례를 모방하여 대만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방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먼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종주권'을 미국이 인정하는 대신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과 '대만의 헌법과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협정'을 맺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일국양제 제도를 수정 발전시킨 형태가 될 것이다. 기존의 일국양제는 홍콩을 중심으로 영국과 중국이 공동선언을 통해 합의된 체제이다. 단점은 홍콩의 자치와 자율성이 지속된다는 실질적인 보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대만을 홍콩처럼 다루지 못하도록 해당 협정에 군사적인 억지력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대만 통일에 명백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거대한 성과를 얻게 된다. 미국은 대만을 그대로 대중국 방패로 삼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대만과 서태평양에서 호각지세를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국내 문제 해결에 전념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방안을 실현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두 강대국이 처한 상황과 조건, 그리고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이런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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