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국 유학 시절에 산동성 사회과학원 인사들과 일종의 좌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주제는 한중관계였는데 당시 나는 다른 학문을 공부 중이어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에 (경영학에서 연구되는) 정보비대칭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중 사이에 정부, 연구기관 및 민간 단체들이 상호 교류할 때 이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 혹은 완화하려면 한중 간에 충분한 소통을 한 뒤에 신뢰가 쌓여야 한다."
본래 정보비대칭의 개념은 주로 경영학에서 많이 사용된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경영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인 임원을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연구할 때 이 개념을 사용한다. 그리고 정부가 소유하거나 관리 및 감독을 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연구할 때 쓰인다. 두 가지 사례 모두 기업 경영 정보를 많이 가진 대리인(임원, 기관장)이 주인(주주, 정부)을 기만하고 속이는 상황을 막으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정보비대칭 개념을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농락하려는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내 지인이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한국 언론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 외부에서 미국 등 서방 언론이 중국 관련 가짜뉴스를 만드는 원인이 있다. 먼저 서방 언론이 중국 이슈와 관련하여 신뢰하는 언론사가 몇 군데 있다. 문제는 이런 언론매체의 편집인들 대다수가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악감정과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그분들이 중국 뉴스를 자유민주주의적으로 보편적인 관점에서 해설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매체들이 내놓는 기사들을 속된 말로 '우라까이'하는 관행이 팽배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 소수의 편집인들이 사실상 전 세계의 대중국 여론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시진핑 시대가 개막한 이후로 고위급 인사들이 개인 인터뷰를 하거나 회고록 등 책을 출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등극하는 과정에서 반대파들이 위와 같은 행동을 통해 여론몰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고위급 인사들을 취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엄격한 보안과 제한 조치는 온갖 뒷소문과 억지스러운 추측을 낳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중국 경제 통계를 해석할 때에도 중국 외부 인사들이 상상과 추측에 기반한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아는 내 친구가 이 문제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바로 중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에게 개별적인 인터뷰를 하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 리커창 총리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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