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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향

티베트와 위구르, 단일민족이 아니다.

수년 전에 워싱턴에서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사는 위구르인에 대한 베이징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낸 적이 있었다.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위구르인들을 집단수용소에 가두고 소위 교화작업을 하면서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를 직접 이야기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절반만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해서 반중 정서를 가진 한국인들은 위구르인들이 하나의 단일민족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은 틀렸다. 위구르인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안에서 지역적으로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그 그룹들 중에서 친중파와 반중파가 있는데, 친중파는 이슬람 종파 중에서 가장 세속적이고, 반중파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자치구 안에서 친중파의 숫자가 반중파보다 많다. 그들을 대표하여 중공 중앙 후보위원(한국식으로 정부 국무위원 정도)으로 활동하는 위구르인도 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10년 방영된 <신삼국>에 '조조'와 '유비'역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위구르인(회족)이다. 그 외에, 위구르인들 중에서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전형적인 '중동인'만 있는 게 아니다. 방금 언급한 배우들은 외모만 보면 한족이다. 그렇게 생긴 위구르인도 있다. 다시 원래 논점으로 돌아가서, 중국 내에서 반중 위구르인들은 그 수가 얼마되지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친중파 위구르인들을 설득해서 반중 봉기를 일으키려고 해도 소용없다. 처음부터 부족과 지역이 달라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언급한 강제수용소에 반중파 위구르인 100만명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중파의 인구가 그 정도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시짱 티베트 자치구에 사는 티베트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인식하는 티베트인이라는 '단일 민족'은 없다. 티베트는 과거 '토번'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당나라 시절 처음 왕조가 세워졌다. 당시에는 토착종교가 존재했는데, 토번의 역대 왕들이 중앙집권을 위해 토착종교에 불교를 섞어서 전파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티베트 불교이다. 그 후 달라이라마 3세부터 라싸를 중심으로 티베트(지금의 시짱자치구+칭하이성+스촨성 서쪽 일부)를 다스렸다. 이처럼 티베트인의 정체성은 종교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티베트인들은 한국인처럼 핏줄이 같은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가 아니라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만든 정서적인 공동체이다. 달라이라마 13세부터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근대적인 민족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당시 티베트 귀족들은 티베트 종교서열 중 2위인 판첸라마를 중심으로 친중파를 구성하여 티베트인들을 세속적이고 근대적인 '민족'으로 만들고자 했다. 반대로 서열 1위 달라이라마 14세는 티베트 불교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를 만들어 민족적인 정체성을 세우려고 했다. 즉, 티베트인은 근대적인 민족이 아니다.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관점은 1국가 1민족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다. 그것이 현대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구르인과 티베트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소수민족들은 아직 그런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무수한 오해와 오류를 낳고 있다.
 
<3줄 요약>
1. 위구르인들은 내부적으로 3개의 지역 및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중파가 많고, 반중파는 적어서 별 힘이 없다.
 
2. 티베트인들은 티베트 불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단일민족이 아니다.
 
3. 티베트에서 근대적인 민족을 만들기 위해 2가지 방식, 즉 친중파의 방식(세속적,근대적)과 티베트불교 중심의 반중파의 방식이 각각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