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을 비롯하여 공산당 내 보수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있다. 그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활용하여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서도 껄끄럽게 여긴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지만, 북한도 마찬가지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핵무기와 주한미군이 동시에 사라진' 한반도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북한을 돕는 것을 묵인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현재 미-일-한 삼각 협력 체제가 서서히 구축되고 있으며, 중-러-북은 이에 맞대응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여 중국이 자신을 돕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북한이 최근 전승절 기념 행사를 열면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했다. 그런데 중국 측 대표단 단장이 한국의 국회부의장 격인 인물이다. 5년 전 비슷한 행사에서 내 기억으로는 이보다 급이 더 높은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장' 이 단장으로 왔었다. 급과 격이 전보다 낮아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공 보수파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중공이 시진핑 1인 독재라고 간주하고 있다. 마치 마오쩌둥이나 한국의 전두환처럼. 그러나 내가 들은 바로는 시진핑의 정책에 반대하는 계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 계파가 중국정치 전문가들이 흔히 아는 그 이름은 아닐 것이다. 다만, 시진핑의 의중에 반대되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과두제 정치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바로 시진핑 집권 이후에 우후죽순 늘어난 각종 '위원회'들이다. 한국의 대통령 산하 위원회와 정치적 위상이 비슷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시진핑의 '위원회'는 아예 행정부를 뛰어넘어 정책 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를 좀 색다르게 해석해보면, 시진핑은 중공 계파들이 영향력을 가지는 기존의 행정부를 극복하기 위해 위원회를 세운 것이다. 만약 시진핑이 절대 독재를 한다면, 굳이 이런 새로운 조직을 여러 개나 만들어서 자기가 위원장 직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두제 정치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론을 내리면, 중공은 내부적으로 계파별로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북한을 도와줄 뿐이다. 북한의 전승절 행사에 예전보다 격과 급이 낮은 정치인사를 대표단 단장으로 보낸 것이 이런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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